티스토리 뷰

반응형

1. 드라마속 '악(恶)'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람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과 전기 작가 고나무가 공동으로 집필한 논픽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2000년대 대한민국을 공포와 충격에 빠뜨렸던 동기 없는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드라마는 그 당시 발생했던 수많은 살인사건의 범인에게 초점을 두고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살인범을 쫓아 범인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던 한국 최초 프로파일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주인공 송하영(김남길)은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로 실제 권일용 교수가 드라마 자문으로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극 중에서 송하영과 함께 대한민국 첫 번째 프로파일러팀을 만든 국영수(진선규)는 실제 경남경찰청 윤외출 수사부장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과학수사팀, 프로파일러의 역할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국영수 감식계장은 동기가 없는 살인범이 나타날 상황을 대비해야 함을 주장하지만 동료들은 그 누구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일명 빨간 모자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기존의 수사방식으로 범인을 검거하고 수사를 종결하였습니다. 그러나 진범은 따로 있었고 1년 후 또 다른 살인이 일어나게 됩니다. 송하영은 빨간 모자 모방범인 양용철을 찾아가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범인을 쫓던 중, 강도 사건으로 잡혀 온 조강무를 보면서 송하영은 그동안 수사해왔던 단서로 그를 빨간 모자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었고 취조실에서 그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을 펼치게 됩니다. 결국 이렇게 진범은 잡혔지만 잘못된 범인 검거에 대한 경찰의 강압수사 의혹, 그리고 송하영이 범죄자인 양용철을 찾아가 자문을 받았다는 것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됩니다. 국영수는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아 양용철을 찾아간 것을 계기로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들어 정식으로 교도소에 면담을 하러 갈 수 있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송하영이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국영수 팀장은 송하영에게 프로파일러로 함께 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렇게 범죄행동분석팀이 탄생하게 됩니다.

4화에서 발생한 5세 여아 토막살인사건에서는 처음으로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이 정식으로 사용됩니다. 송하영과 국영수는 토막살인 범죄자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장득호(이종윤)와 면담하러 교도소로 찾아갑니다. 그렇게 범죄행동분석팀은 사건 수사에 적극적이었지만 사건 담당인 기동수사대 윤태구(김소진) 팀장은 범죄행동분석팀에 거부감을 표현합니다. 진선규와 송하영은 프로파일링 보고서도 작성하면서 범인의 특징을 추정하였지만 동료들의 신뢰를 얻지 못합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중 용의자를 발견하고 끊임없는 추적 끝에 범인 조현길(우정국)을 검거하게 됩니다. 범인은 프로파일링 보고서의 대부분의 내용과 일치한 특징을 갖고 있었고 프로파일링 기법의 성공적인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송하영과 국영수는 조현길뿐만 아니라 계속하여 교도소의 다른 범죄자들을 찾아가 면담을 진행하면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가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0년대가 되었고 범죄행동분석팀도 발전하여 '연쇄살인'에 대비하려던 중 연이어 살인사건 3건이 발생합니다. 범죄행동분석팀은 이 사건들이 동기가 없는 '연쇄살인사건'임을 확신하고 즉각 사건에 투입됩니다. 범행의 패턴과 특징 등을 분석하면서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공개수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동료들의 지지를 받지 못합니다. 그렇게 범인을 잡지 못하고 고전하던 중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또 다른 살인사건인 레저용 칼 피습사건이 발생합니다. 연쇄살인범 구영춘은 결국 검거됐고 송하영과 국영수는 어김없이 면담을 진행합니다. 구영춘과의 치열한 심리전 끝에 자백을 받아냅니다. 이제 또 다른 연쇄살인범을 검거해야 하는데 범인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송하영은 '그 화 되기'를 시작합니다. 타인을 분석하듯이 접근하는 것이 아닌 범인이 왜 이런 선택을 했고 동기가 무엇이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알기 위해 범인에 완전히 동화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한편 범인은 또 다른 범행을 저지르던 중 집주인한테 발각되어 강도로 몰려 경찰에 잡히게 됩니다. 잡혀 온 남기태(김중희)는 연쇄살인범 몽타주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남기태를 보자 마자 송하영은 그가 연쇄살인범이라고 확신합니다. 남기태와 면담 중 송하영은 남기태의 말을 들으면서 분노가 끝까지 차올랐고 괴로운 상태로 운전하다가 결국 교통사고가 납니다. 그동안 쌓여왔던 트라우마로 지쳐있던 송하영은 프로파일러로 복귀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합니다. 한편, 박대웅(정만식) 계장은 2건의 노래방 종업원 실종사건을 조사하던 중 직감적으로 동기 없는 범죄임을 느끼고 범죄행동분석팀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국영수 팀장의 적극적 참여와 송하영의 복귀까지 더해져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지막 연쇄살인범 우호성은 결국 검거됩니다. 시간이 흘러 2007년 범죄행동분석관 1기 임명식이 열리고 송하영이 인터뷰에서 범죄자에게 이 세상에 완전 범죄는 없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드라마는 끝이 납니다.

2. 원작 소개

원작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2018년에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 팀 전체가 경찰 조직 내부에서의 성장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는 2000년에 처음으로 과학수사계 범죄분석팀으로 발령받았고 프로파일링 즉 '범인상 추정' 작업을 담당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른바 프로파일링은 범죄 현장에서 수집한 증거를 바탕으로 범인의 심리, 성격, 직업, 특징 등을 추정하는 과정을 통하여 피의자 군을 좁혀 수사를 돕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초창기 조직 내에서 프로파일러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그때까지만 해도 범죄의 동기가 단순하여 대부분은 사건 현장에서의 조사만으로 범인 검거가 가능했다고 합니다. 그 후, 동기가 불분명한 범죄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기존에 발생하던 범죄와는 다른 패턴을 보였고 그러한 범죄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프로파일링 또한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프로파일링의 발전 과정을 사건 수사 과정에서 프로파일러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6가지 사건과 함께 담아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전 국민이 다 알법한 연쇄살인사건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범인의 심리를 분석하는 등 프로파일링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디테일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장마다 들어가 있는 프로파일링 보고서는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흥미를 한 층 더 끌어올려 주는 역할을 했던 부분입니다.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그의 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전기이다 보니 읽으면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국내에서 생경했던 프로파일링의 도입과 보수적인 경찰 조직 내에서 자리를 잡기까지의 과정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이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학습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그 가치를 높게 사고 싶습니다.

3. 총평

이 드라마는 프로파일링 수사 기법이 도입되면서부터 여러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과 함께 범죄분석팀도 점차 그 역할을 하면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경찰서 내부에서도 범죄행동분석팀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프로파일링 기법을 수사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동료들부터 설득해야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프로파일링이 점차 그 역할을 하면서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이 증명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원작을 통해 일반인으로서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면 드라마는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박진감 넘치는 영상들이 더해져 더욱 몰입한 상태로 보게 되었습니다. 담담하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송하영, 범죄자와의 면담 과정에서의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 면담을 거듭할수록 점차 분노가 차오르는 송하영의 눈빛과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 등 모두 드라마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실제 모티브로 한 범인을 연기한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 또한 압권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실제 범죄자들의 범행을 냉정하고 생생하게 보여준 것은 물론이고 피해자들의 아픔 또한 공감하고 염두에 둔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드라마 엔딩에 나온 "범죄자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사회, 범죄에서 가장 소외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인상 깊었습니다. 책과 드라마가 서로 조금씩 다른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장르를 좋아한다면 꼭 둘 다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반응형
반응형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