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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년심판>이 보여주는 네 명의 판사, 네 개의 신념

2022년 2월 25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소년심판>은 심은석(김혜수) 판사가 지방법원 소년 형사합의부에 우배석 판사로 부임하면서 담당하게 되는 일련의 소년범죄 사건들을 다룬 10부작 드라마입니다.

극 중에는 소년범을 혐오하는 엄격한 심은석 판사, 소년범들을 믿고 기회를 주려는 온정적인 차태주(김무열) 판사, 늘 기록하고 반성하면서 바른 판사의 길을 걸어오려고 노력했던 강원중(이성민) 판사, 소년 사건에서 속도전을 강조하는 나근희(이정은) 판사 등 네 명의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소년 법관이 등장합니다.

심은석 판사는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저는 소년범을 혐오합니다."라는 강력한 문구를 던지면서 끊임없이 이를 강조합니다. 그 이유는 5년 전, 유치원생이었던 심은석 판사의 아들이 당시 초등학생 두 명이 투척한 벽돌에 맞아 죽음을 맞이했던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그 사건 담당 판사였던 나근희 판사는 3분 만에 재판을 끝냈고 가해자인 초등학생 두 명은 자신이 한 행동의 심각성도 인지하지 못한 채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피해자 부모인 심은석 판사의 앞을 웃으면서 지나갑니다. 그 후 5년이 지나고 그 두 명은 집단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되어 소년범의 모습으로 다시 심은석 판사를 마주하게 됩니다.

한편, 심은석 판사와 상반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차태주 판사는 늘 소년범이 교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 인해 가정 폭력에 노출되면서 소년범이 되었지만, 당시 담당 판사의 도움으로 결국 자신도 판사가 되었음을 밝힙니다. 나쁜 환경 속에서 소년범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비난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소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 판사만이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강원중 부장판사 또한 과거 차태주와 특별한 인연이 있었습니다. 소년범이었던 차태주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 당시 판사가 바로 강원중 판사였습니다. 그는 늘 사건일지를 기록하면서 반성하였고 판사로서 소년범죄의 예방과 처벌에 대하여 현실적인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그렇게 5년을 준비한 소년법 개정을 위한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둔 상황이었으나 고등학생인 아들이 집단 시험지 유출사건에 휘말리면서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 후, 부장판사로 부임하게 된 나근희 판사는 소년 사건은 속도전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쌓여있는 소년 사건들을 빨리 종결시켜야 한다는 가치관을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적인 모든 감정을 배제하고 판결을 내리려고 하는 올곧은 법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 에피소드

<소년심판>은 소년범죄를 주제로 한 총 6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연화 초등학생 살인사건(1, 2화), 보호관찰 소년폭행 사건(3화), 푸름 청소년 회복센터 사건 (4, 5화), 문광고 집단 시험지 유출사건(6화, 7화), 미성년자 무면허 교통사고 사건 (7화, 8화), 집단 성폭행 사건(9화, 10화) 등 개별적인 사건으로 에피소드가 나뉘어 있습니다. 매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극 중에서는 단지 사건과 법정에서 재판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법정 밖에서의 여러 가지 상황들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령 소년범이 처해있는 나쁜 환경, 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소년범의 모습, 법정에서 뻔뻔스럽고 거만한 소년범의 태도, 법을 악용하는 소년범의 모습,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 등을 통해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각 판사의 가치관도 명확하게 표현됩니다. 심은석 판사는 초반부터 자신은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강조하면서 소년범들에게 자비 없는 법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도 소년범을 위하여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소년범한테 필요한 진짜 어른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그 가운데서 차태주 판사는 소년범들의 입장을 누구보다 이해하고 또 그들이 교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결같이 그들의 편에 서 있는 모습으로 심은석 판사와의 대립 속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소년법의 초점이 교화라고 하는 강원중 판사의 대사 역시 현재 소년법의 딜레마를 비춰내기에 충분했던 한마디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3. 총평

<소년심판>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들이 전개되지만 답답하기보다는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드라마였습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을 꼽자면 실제 대중들이 익히 알고 있는 사건들이나 인물들이 잘 반영되었다는 것입니다. 김민석 작가는 제작보고회에서 대본을 쓰기 위해 관계자들을 오랫동안 취재하면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자양분이 되었지만,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년심판>에서 다룬 에피소드들을 보다 보면 실제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여러 사건이 떠오르는 건 사실입니다. 어찌 보면 각색된 드라마보다 더 충격적이고 잔인했던 실제 사건들이 재조명되면서 소년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 또한 쏠리고 있습니다.

<소년심판>은 서로 다른 여러 에피소드를 통하여 소년범죄의 관련 처분과 사회적 시스템, 소년들이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 그리고 재판 후 소년범들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그 가족들, 판사 등 각자의 시각에서 소년범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까지 아우르고 있어 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대중들이 잘 알지 못했던 소년범죄 현실의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문제점까지 가감 없이 잘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극 중 심은석 판사의 별명이 '십은석'이라고 언급된 부분을 호통 판사로 유명하신 천종호 판사님이 떠올랐습니다. 실제로 천종호 판사님은 소년 보호처분 중 가장 무거운 처분인 '10호 처분'을 많이 내려 '천십호' 라는 별명이 생겼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소년심판>이라는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던 것은 출연한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 사건들에 입각하여 각색한 스토리도 흥미로웠지만, 김혜수, 김무열, 이성민, 이정은 등 판사를 연기한 배우들뿐만 아니라 사건의 주인공인 소년들의 임팩트 있는 연기 그리고 그 외 캐릭터들의 빈틈없는 연기력 덕분에 더욱 몰입한 상태로 마지막 회차까지 시청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한 사건을 판결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나오는 명대사들과 과하지 않은 연출 그리고 다양한 소년범들에 대한 디테일한 표현까지 더해져 더욱더 엄청난 작품으로 느껴집니다.

재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시즌 2를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도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 사회에 필요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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